기사 / 한국경제

"가격은 그대로, 용량만 줄였다"…합법이지만 공정하지 않아 [현민석의 페어플레이]

2026.04.20. 한국경제에 법무법인 YK 현민석 변호사의 기고문 게재되었습니다.

 

 

전쟁이 한창이다. 덩달아 물가도 오른다. 에너지 비용이 뛰고 원자재 가격이 치솟으면서 기업들은 가격을 올려야 할 압박을 받는다. 하지만 정부는 물가 안정을 이유로 가격 인상 자제를 요구한다. 그 사이 기업은 다른 해법을 찾는다. 가격표는 그대로 두고, 용량만 줄이는 것이다.

계산대 숫자는 바뀌지 않으니 소비자는 쉽게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러나 같은 돈을 내고 더 적은 양을 받는다면, 그것은 소비자 입장에서 사실상 가격 인상과 다르지 않다. 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이다.

지난해 교촌치킨이 순살치킨의 중량을 700g에서 500g으로 줄였다. 약 29%의 용량 감소다. 가격은 그대로였지만 논란이 커지자 교촌은 한 달 만에 중량을 원상복구 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흥미로운 질문 하나가 남는다. 만약 교촌이 용량 대신 가격을 올렸다면 어떻게 됐을까.

소비자들은 주문 앱에서, 메뉴판에서, 계산서에서 즉각 그 사실을 알았을 것이다. 그러나 용량을 줄이는 방법을 택하자 소비자들은 한동안 알지 못했다. 당시 외식 조리식품은 용량을 줄여도 소비자에게 알릴 의무가 없었기 때문이다.

치킨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어느 날 과자 봉지가 유난히 가볍게 느껴지고, 참치캔 하나가 예전보다 덜 묵직하게 느껴진다면 대체로 그 느낌이 정확하다. 과자, 음료, 세제, 샴푸에 이르기까지 슈링크플레이션은 이미 우리 일상 곳곳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가격을 올리면 물가 통계에 잡히고 소비자도 즉각 알아채며 정부도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용량을 줄이면 통계에도 잡히지 않고 정부 간섭도 덜하며 소비자도 쉽게 알아차리기 어렵다. 고물가 시대에 슈링크플레이션이 더욱 기승을 부리는 이유다.

실제 정부가 2025년 12월경 슈링크플레이션 대응 방안을 발표하면서 거기서 인용한 마크로밀엠브레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의 81.3%는 용량 축소를 알아채기 어렵다고 응답했고, 67.8%는 어쩔 수 없다고 답했다.

2026.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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